40조 달러 부채와 재정적자에 직면한 미국 정부가 국채 바이백으로 인위적 금리 억제를 시도하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시장 펀더멘털을 거스르는 정책이 장기적 금융 불안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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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장이 결정하는 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를 때 어떤 금융적 참사가 발생하는지 가장 뼈저리게 증명했던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가 자신의 수제자를 향해 공개적인 경고장을 던졌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자신의 퀀텀 펀드 시절 수제자이자 현 미국 재무부 수장인 스콧 베센트 장관의 ‘장기 국채 바이백(국채 매입)’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번 논쟁의 배경에는 미국의 누적 국가부채 40조 달러 돌파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육박하는 만성 재정적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40조 달러라는 부채 규모는 미 연방정부 공식 집계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치이며, GDP의 6%에 달하는 재정적자 역시 전시나 대규모 경제위기가 아닌 평시 경제 상황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수치입니다. 드러켄밀러의 핵심 주장은 명확합니다. 치솟는 장기 국채 금리는 방만한 재정에 대한 시장의 자연스러운 청구서이자 경고 신호인데, 정부가 국채를 도로 사들여 인위적으로 금리를 억누르는 것은 심각한 재정 신뢰 훼손을 부른다는 지적입니다.

인위적 가격 통제의 덫: 재무부 국채 바이백의 본질과 드러켄밀러의 반박

미 재무부와 국채 관리 정책을 상징하는 공식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의 정부 청사 전경

미 재무부가 추진하는 국채 바이백(Buyback)은 정부가 시중에 유통 중인 장기 국채를 자체 재원으로 직접 사들여 채권 가격을 떠받치고 금리 급등을 억제하는 조치입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역(逆)의 관계를 가지므로,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되어 채권 가격이 오르면 채권 금리는 하락하게 됩니다. 재무부는 이를 시장 유동성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30년물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위협하자 선거 일정과 차입 비용 부담을 의식해 발동한 인위적 가격 방어로 해석합니다.

드러켄밀러는 WSJ 기고를 통해 장기 국채 금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 지표이자 미국에 남은 유일한 ‘재정 규율자(Fiscal Disciplinarian)’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정부 부채가 통제 불능으로 불어나는 상황에서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위기가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라고 분석합니다. 정부의 채무 관리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순간, 세계 기축통화 자산인 미국 국채 시장의 핵심 기반인 대외 신뢰도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1992년 영란은행의 굴복과 스승·제자가 함께 증명했던 시장 펀더멘털의 법칙

1992년 파운드화 사태의 배경이자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역사를 상징하는 영란은행 외관

이번 비판이 금융 시장에 더욱 강력한 충격을 주는 이유는 드러켄밀러와 베센트 장관이 1992년 ‘영란은행 파운드화 공매도 사태’를 합작했던 주역들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유럽 환율메커니즘(ERM) 하에서 파운드화 가치를 독일 마르크화에 억지로 연동해 방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의 대다수가 변동금리였던 영국 경제의 취약성을 간파한 베센트의 정밀한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드러켄밀러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1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화 공매도를 단행했습니다.

영란은행은 외환보유고를 쏟아붓고 하루 만에 기준금리를 10%에서 15%까지 올리며 인위적으로 파운드 가치를 방어하려 했으나, 펀더멘털을 거스른 개입은 하루 만에 외환보유고 고갈과 항복 선언으로 끝났습니다. 당시 스승과 제자로서 ‘정부가 경제 펀더멘털에 맞서 자산 가격을 억지로 방어하려 할 때 반드시 패배한다’는 냉혹한 시장의 법칙을 직접 증명했던 이들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시장 개입을 두고 정반대의 입장에 서게 된 것입니다. 드러켄밀러는 정부가 굴복하기 전까지 막대한 국가 자산만 낭비할 뿐 시장의 법칙을 이길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베센트에게 상기시켰습니다.

부채 40조 달러 시대의 경고: 체온계(금리)를 부수는 대신 재정적자라는 병인(病因)을 치료해야 한다

국채 금리 변동과 금융 시장의 긴장감을 전달하는 채권 트레이딩 룸 실사 장면

결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고열에 시달리는 신체가 나타내는 ‘체온계의 눈금’과 같습니다. 환자의 몸에 심각한 염증(40조 달러의 부채와 GDP 6%의 적자)이 생겨 체온계의 눈금이 치솟았을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염증의 원인을 치료하고 지출을 줄이는 것이지 체온계를 망치로 부수거나 차가운 물에 담가 눈금을 조작하는 바이백이 아닙니다.

향후 금융 시장에서 주시해야 할 핵심 변수는 미 재무부의 바이백 개입 규모와 의회의 근본적인 재정 건전화 법안 추진 여부입니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금리 급등을 지연시킬 수 있으나, 외국인 투자자와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이탈을 가속해 궁극적으로 더 가파른 금리 발작을 유발할 위험이 우세합니다. 다만 정부가 강력한 재정 지출 삭감과 세제 개혁을 병행해 재정적자 비율을 낮춘다면 국채 금리는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정부의 단기적 금리 억제 시그널에 현혹되지 않고, 미국의 근본적인 재정 수지와 부채 축소 의지를 장기 자산 배분의 핵심 나침반으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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