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 공안국이 외신기자와 유학생 등 외국인을 실시간으로 감시·추적하던 전용 빅데이터 플랫폼이 로그인 정보가 채워진 채 외부에 노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검증 보도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이번 시스템에는 외신기자 300명을 포함해 최소 1만 2,000명의 외국인 개인정보와 세밀한 이동 동선, 인간관계 매핑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국가 감시망이 자국민 통제를 넘어 외국인에게 전면적으로 확장되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물증입니다. 특히 서방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적자를 별도 분류하고 반간첩법을 법적 방패로 삼는 체계가 확인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주재원과 연구 인력의 안전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AI와 빅데이터로 설계된 외국인 표적 플랫폼 ‘DCPOP’의 작동 메커니즘

이번에 유출된 시스템의 정식 명칭은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공안국이 운용한 ‘경외인원 동태관제 플랫폼(Dynamic Control Platform for Overseas Personnel, DCPOP)’입니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입출국 기록을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 내 인공지능(AI) 기반 CCTV 안면인식 격자망, 고속철도 및 항공기 좌석 번호, 병원 진료 기록, 공과금 납부 내역 등 일상 전반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통합했습니다.
실제로 시스템 내부에는 특정 외국인이 거주지를 나와 쇼핑몰과 식당을 거치는 동선이 시계열로 기록되어 있었으며,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이동이 끊기면 인근 교차로의 안면인식 기술을 동원해 즉각 재식별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특정 장소에 함께 머무르거나 동행한 인물들을 자동으로 묶어 관계망 다이어그램을 생성하는 ‘소셜 매핑’ 기능까지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유학생들이 교내 출입구를 지날 때마다 신원과 종교, 전공이 자동으로 프로파일링되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의 개발사는 베이징 소재의 관·민 합작 기업인 ‘오리진 다이내믹(Origin Dynamic)’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장쑤성 옌청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이 업체는 경찰용 감시 장비와 로봇을 전문으로 납품하며, 2023년 이미 ‘비(非)중국 국적자용 정보 인터페이스’ 특허를 등록한 바 있습니다. 감시 기술의 개발부터 일선 공안국의 운용까지 민관 결탁 형태의 감시 산업 생태계가 외국인 통제에 최적화되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설량공정의 대외 확장과 개정 반간첩법이 낳은 디지털 통제 체제

DCPOP 사태는 중국 전역을 촘촘한 감시 격자망으로 묶은 ‘설량공정(雪亮工程, Sharp Eyes)’이 외국인에게까지 전면 이식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인민의 눈을 밝힌다’는 명분으로 대도시부터 오지 농촌까지 수억 대의 CCTV를 연결한 설량공정은 본래 자국민 통제와 사회 안정 유지를 목표로 구축되었으나, AI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외국인을 정밀 감시하는 대외 통제 도구로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추적망은 2023년 7월 전격 시행된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과 결합하여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확보했습니다. 개정 반간첩법은 공안과 국가안전부 등 당국에 간첩 혐의자의 전자기기 불시 검사, 통신 및 데이터 접근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안 당국이 영장이나 명확한 혐의 입증 없이도 외국인의 위치와 통신, 소비 내역을 실시간 수집·보관하는 행위가 현지법상 완전한 합법의 영역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술 인프라(설량공정·DCPOP)와 법적 권한(개정 반간첩법)의 결합은 중국 내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을 잠재적 감시 표적으로 규정하는 디지털 전체주의 환경을 완성시켰습니다.
국가별 위험도 분류와 지정학적 마찰 및 기업 리스크의 확산

DCPOP 내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인물을 국적과 위험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서방 5개국 정보동맹 국적자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그룹으로 자동 분류되었으며, 이란, 파키스탄, 이스라엘, 수단 등은 ‘중점 국가(Key Countries)’로, 사회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된 인물은 ‘중점 인원(Key Persons)’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러한 국가별 위험도 태깅은 중국 당국이 개별 외국인의 직업이나 실제 행적과 무관하게, 국적 자체를 잠재적 안보 위협 요인으로 전제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외신기자 300명의 과거 여권 정보와 특파원 시절 전화번호까지 영구 보관해 입국 즉시 추적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세팅해 둔 사실 역시 체제 비판적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정밀 표적 감시의 일환입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대중국 비즈니스 환경에는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주재원, 엔지니어, 연구 인력의 일상과 통신이 상시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자의적인 법 집행과 출국 금지, 불시 구금 위험이 데이터로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적 갈등이 격화될 경우 외국인 인력이 지정학적 인질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기업과 연구기관은 대중국 파견 인력의 디지털 보안 수칙을 전면 재정비하고, 중국 내 현장 활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과 연구개발(R&D) 거점을 재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감시망의 허술한 관리로 드러난 이번 판도라의 상자는 중국 내 인적 교류와 외국인 투자의 추가적 위축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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