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분기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의 실적을 공정별로 비교하면, 같은 업황 회복 안에서도 이익률은 크게 갈린다. 웨이퍼에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과 칩을 쌓아 시험하는 후공정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만으로는 수익성을 설명할 수 없다. 고객의 공정에 한번 들어간 뒤 바꾸기 어려운 장비·소모품을 가진 기업이 높은 이익률을 지킨다.
이 차이는 HPSP의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 한미반도체의 HBM 열압착 본더, 리노공업의 테스트 소켓처럼 공정 조건과 검증 이력이 함께 필요한 영역에서 뚜렷하다. 반대로 매출 규모가 커도 고객의 신규 투자나 가격 경쟁에 직접 노출된 장비·위탁생산 영역은 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반도체 장비주를 볼 때는 전공정과 후공정이라는 이름보다 고객이 바꾸기 어려운 이유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전공정과 후공정은 칩을 만드는 역할이 다르다

전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만들고 여러 층을 쌓는 단계다. 증착, 식각, 세정, 열처리, 계측을 반복해 회로의 미세한 선폭과 결함을 관리한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작은 결함도 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장비의 정밀도와 재현성이 중요해진다.
후공정은 완성된 웨이퍼를 칩으로 자르고, 여러 칩을 연결해 패키지로 만들고, 작동 여부를 시험하는 단계다. HBM처럼 여러 메모리 칩을 쌓는 제품에서는 칩을 정확한 온도와 압력으로 접합하는 공정이 성능과 생산성을 함께 좌우한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이 서로 다른 칩을 2.5D·3D 방식으로 결합해 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두 단계는 모두 반도체 생산에 필수다. 다만 수익성을 가르는 기준은 공정의 앞뒤가 아니다. 고객이 장비를 교체할 때 다시 해야 하는 성능 검증의 비용과 기간이 길수록 공급사의 가격 결정력은 커진다.
전공정의 높은 이익률은 수율을 좌우하는 특수 공정에서 나온다

2분기 공시 실적을 보면 전공정 안에서도 수율 개선과 특수 공정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두드러졌다. HPSP는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를 공급한다. 어닐링은 웨이퍼 공정에서 생긴 결함을 줄이기 위해 열이나 가스로 상태를 안정화하는 작업이며, 공정 조건이 미세해질수록 장비의 검증 난도가 높아진다.
HPSP는 자사 기술이 초미세 공정용 고압 수소 어닐링을 상용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객이 이 장비의 온도·압력 조건으로 수율을 맞춘 뒤에는 다른 장비로 바꿀 때 다시 양산 검증을 해야 한다. 이 검증 부담이 장비 한 대의 기능보다 더 오래가는 경쟁력이 된다.
식각·세정, 노광·계측, 증착·열처리도 같은 방식으로 갈린다. 특정 고객의 첨단 라인에 맞춰 장비가 정착한 기업은 주문이 늘 때 이익률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 다만 한 고객의 투자 계획에 실적이 묶이면, 그 고객이 투자를 늦출 때 매출과 이익이 함께 흔들린다는 위험도 남는다.
후공정에서는 HBM 접합과 테스트 소켓의 검증 이력이 해자가 된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옮기는 메모리다. 칩을 열과 압력으로 붙이는 열압착 본딩은 이 적층 과정의 핵심 단계다. 한미반도체는 HBM용 TC 본더 제품군을 운영하며, 높은 정밀도가 필요한 HBM 공정용 장비를 공급한다고 밝힌다.
HBM 수요가 늘면 본더 장비의 주문도 늘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비의 경쟁력은 HBM 시장 규모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접합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생산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고객사는 장비 교체 전에 긴 검증을 거친다. 장비가 양산 라인에 안착한 뒤에는 가격보다 안정적인 가동 이력이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테스트 소켓과 프로브도 비슷하다. 리노공업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시험하는 다양한 소켓을 설계·제조한다. 소켓은 칩을 시험 장비와 연결하는 작은 부품이지만, 시험 조건과 접촉 신뢰성이 맞지 않으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반복적으로 교체되는 소모품이라는 점과 고객별 맞춤 설계가 결합하면, 후공정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만들 수 있다.
매출이 큰 기업이 항상 높은 이익률을 얻는 것은 아니다

2분기 비교에서 패키지 기판과 OSAT, 즉 반도체 조립·시험을 위탁받는 사업은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을 포함하면서도 평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 분야는 고객의 생산 물량이 늘면 매출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증설 경쟁과 고객의 단가 협상도 함께 강해진다.
대형 기판 업체는 여러 제품과 고객을 보유해 매출 변동을 줄일 수 있다. 그 대신 특정 고마진 제품의 비중이 전체 실적에서 희석될 수 있다. 위탁 생산 사업도 가동률이 오르면 이익이 개선되지만, 고객이 주문을 줄이거나 비용이 오르면 매출 증가가 이익 증가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출 성장률만으로는 진짜 해자를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후공정이라도 HBM 접합 장비, 테스트 소켓, 기판, 위탁 패키징은 고객이 바꾸기 어려운 정도와 가격 경쟁의 강도가 서로 다르다. 전공정에서도 반복 구매되는 소재와 신규 투자에 의존하는 장비는 수익성의 흐름이 다르게 움직인다.
투자자는 공정 이름보다 교체 비용과 고객 집중도를 함께 봐야 한다

반도체 기업의 해자는 특허 하나나 시장점유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첫째, 장비나 부품을 바꾸면 고객이 얼마나 긴 수율·신뢰성 검증을 다시 해야 하는지 봐야 한다. 둘째, 제품이 반복적으로 소모되는지와 고객 맞춤 설계가 필요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특정 고객 한 곳의 투자 계획에 매출이 얼마나 집중됐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2분기 실적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 모든 기업의 이익률을 같은 속도로 끌어올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수율을 좌우하는 특수 전공정 장비, HBM 접합 장비, 고객 공정에 맞춰 설계된 테스트 소켓은 가격보다 검증 이력이 먼저 평가되는 영역이다. 반면 대형 기판과 위탁 패키징은 물량 성장의 혜택을 받더라도 가동률·단가·증설 경쟁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다음 실적에서는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고객사의 첨단 공정과 HBM 투자 계획이 실제 발주로 이어지는지, 고마진 제품의 매출 비중이 유지되는지, 고객 집중도가 커지면서 생기는 변동성을 회사가 관리하는지다. 반도체 장비주의 장기 수익성은 전공정과 후공정이라는 분류보다, 대체하기 어려운 공정에 얼마나 깊게 들어가 있는지에서 갈린다.
참조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HPSP 정기공시 항목별 검색
























